2008 3월이 두렵다, 지뢰밭을 걷는 가족관계등록법[보도자료]


표제 : 2008 3월이 두렵다, 지뢰밭을 걷는 가족관계등록법[보도자료]


주제 : 법제개정운동 ; 기타법제개정


기술 : 3월이 두렵다, 지뢰밭을 걷는 가족관계등록법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인 가족관계등록법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목적에 따라 총 5개의 증명서로 나누어 발급되는 가족관계등록부(가족관계증명서, 개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에 대해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 법은 시행 두달이 갓지난 벌써부터 과도한 정보공개로 논란을 빗고있다. 뿐만아니라 부계(父系)만을 인정했던 기존 호주제를 없애는 대신 부계(父系)와 모계(母系)를 모두 명시함으로서 결국 혈연중심의 가족주의를 넘지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개인신상공개로 논란빚어
입학과 취업으로 인해 갖가지 증명서류 발급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마치 폭탄과도 같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출생, 사망, 개명 등 개인의 신상정보가 담긴다던 개인증명서에는 본인의 ‘입양기록’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발급된다. 친모와 친부가 친권을 포기한다 할지라도 가족관계증명서에 친모와 친부 정보가 드러나고, 현재 양육하고 있는 부모는 각각 양모?양부로 기재된다. 이런 내용을 포함한 증명서를 3월 아이들의 개학과 함께 학교에 제출해야할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이의 입양 사실이 아이의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입양 사실이 국가의 방임속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될때 아이와 가족들이 입을 정신적 피해를 가늠하지 않는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공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범발급기간이었던 2007년 11월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받아본 장미연(35, 가명)씨는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걷잡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전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재혼한 장씨는 현재 남편에게 자녀가 있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생후 6개월의 아이를 전남편과 시부모에게 강제로 빼앗긴 장씨의 깊은 상처는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헤짚어지고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사무실에 걸려온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하는 일선 담당공무원의 전화도 기막히다. 이혼경력이 혼인관계증명서에 고스란히 나오는 것에 대해 “지금현재 혼인상태만 나오는 증명서를 발급해 달라, 과거력이 대체 왜 나오냐”는 민원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

보호받을 권리, 보호할 의무
이에 대해, 2007년 11월 대법원 호적과(현재 가족관계등록과) 담당 사무관은 “그 외에 남편의 숨겨놓은 자녀들도 다 드러날 판"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혼사실,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은 솔직히 말해야 된다, 그것을 왜 숨기느냐, 이혼이 죄냐?“라며 되물었다. 맞는 말이다. 사실 현재가 행복하다면 과거력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아야 옳다. 하지만 이혼자와 미혼모, 입양에 대한 편견이 깊은 사회에서 ‘그것이 왜 문제냐?’라고 묻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개인이 판단해야할 문제에 대해 국가가 앞장서 공개한다는 것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에 위배된다.
다섯가지 증명서 중에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는 다른 증명서와는 달리 가족은 물론 본인의 발급도 제한되어 있다. 친양자 본인의 정보보호를 위해서 수사목적 등으로 인해 신청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발급되는 것이다. 이혼자 본인의 권리, 입양자 및 입양 부모의 권리, 미혼부모의 권리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핏줄’따라 정렬한, 가족관계등록부
가족관계등록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별신분등록이 아닌 가족편제라는 데에 있다. 더욱이 ‘가족’의 범주도 협소해서 혈연 및 결혼의 경로만 인정한다. 물론 이것은 기존의 호적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예산절약’ 기조가 십분 반영된 결과이자, 기존 시스템의 최소한의 변화만을 고집한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기인한다. 가부장적 가족제도 역시 천천히 변해야 한다는 심리적 저항의 몫도 컸다.
그리고, 이렇게 어정쩡한 입장에서 탄생한 가족관계등록부는 결국 호적과 별다른 차이 없이, 오히려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괴물이 되고 있다. 부계성 원칙주의가 없어지지도 않았고, 본(本)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모계(母系)를 인정한다는 허울아래 기존 호적의 <(양쪽) 핏줄따라 정렬>이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다. 국가가 나서 친부찾기?친모찾기 프로그램을 돌렸고 그 결과 입양된 아이들은 친부모의 정보를 언제든 알 수 있게 되었다. 출생신고시 적어넣은 부와 모의 주민등록번호는 자녀를 따라다닌다.
가족관계등록법이 혈연에 목메는 사이, 혈연이 아닌 가족공동체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졌다.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부계원칙 폐지와 다양한 가족의 존중과 포용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혈통주의, 가족주의는 더욱 강해진다. 혈연/결혼 이외에 가족을 구성할 권리, 그 권리를 가족관계등록법의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족관계등록법 시행으로 인한 권리침해사례 수집 시작
가족관계등록법 시행 이후 개인정보침해 등의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개학 및 취업이 시작되는 3월 한달간 가족관계등록부(5가지 증명서)로 인한 권리침해 사례를 수집한다. 증명서의 문제 뿐 아니라,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불필요한 증명서를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모니터할 계획이다. 사례는 전화(02-2269-2962) 및 홈페이지(http://hotline.or.kr/family)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08-3-4


파일형식 : 성명서의견서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보도자료


태그 : , , ,


연관자료 : 이 자료에는 연관된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