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사회의 ‘아내폭력’① 그녀는 남편을 왜 죽였나[보도자료]


표제 : 2009 한국사회의 ‘아내폭력’① 그녀는 남편을 왜 죽였나[보도자료]


주제 : 인권지원활동 ; 가정폭력 정당방위 지원


기술 : 2004년, 청주여자교도소에 수용된 여성재소자 중에서 남편을 살해한 여성은 133명으로 살인이 죄목인 재소자의 51.4%를 차지한다. 남편 살해 여성은 88.5%가 초범이었다. 이 많은 여성들이 왜 남편을 죽여야만 했을까. 이 남편들은 대체 왜 죽어야만 했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얼마전인 6월 30일. 남편에게 제초제를 먹여 살해한 여성에 대한 기사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무서운 아내>가 <주벽>이 심한 남편에게 <회의를 느껴> 이혼을 요구했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살해하려 했다는 기사들은, 아내와 자녀들이 감내해야 했던 30여년의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 하지 않았다.

가정폭력 생존자에 의한 남편살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함으로서 오히려 (살인의) 가해자가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199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1년 폭력으로 인해 가출을 반복하다 결국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 93년 남편이 들이대는 칼을 막으려다 남편을 살해한 사건, 94년 23년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의 복부를 칼로 찌른 사건, 95년 (17년간의 지속적인 폭력과 의처증으로) 이혼을 요구하자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남편을 잠든 사이에 살해한 사건 등은 구타를 견디다 못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들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고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이후로 가정폭력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법이 있으니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법이 알아서 때리는 남편들을 처벌하고 폭력피해자를 보호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가정폭력 발생률은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2009년에도 아내들은 남편의 폭력을 끝내는 마지막 방법으로 살인을 택하며, 남편들은 아내들을 때리다가 죽인다. 최근, 아내를 쇠사슬로 묶어 가축우리에 가두고 폭행한 남편이 구속된 데 이어(2009. 7. 12), 가정폭력으로 아내가 가출하자 두 딸을 무참히 살해한 (의붓) 아버지 사건(2009. 7. 13)은 ‘누구 하나가 죽어야만 끝이 난다’는 아내폭력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강건함을 보여준다.

도망친 아내는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남편이 살아있는 한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흔히 ‘치정’에 의한 살인으로 회자되는 남편들의 아내살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내의 외도가 아니라 아내폭력이다. “재산문제로 다투다가” 죽이든, “외도를 의심해서” 죽이든, “말다툼 중 화를 참지 못해” 죽이든, 아내를 죽일 수 있을 만큼의 분노와 배포(?)는 오랫동안 지속된 아내폭력 행위를 통해서 키워진 것이다. 남편의 아내살해가 아내폭력과 별개의 사건이 아닌 상황을 고려할 때, 아내의 남편살해는 생존에 대한 정당방위로 존중되어야 한다. 죽음의 위협이 일상을 장악할 때, ‘합리적인’ 아내는 남편의 죽음만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되는 것이다.

아내폭력의 근절이 소원하게 된 현재의 상황은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가해자에게 관대한 법 집행 관행의 문제에 기인한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가 해결해야한다는 통념과 통념에 충실한 이웃과 가족들, ‘집안일’이라며 발길을 돌리는 경찰, 법의 목적이 ‘가정보호’라며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는 ‘보호’해 온 검찰의 법집행 관행은, 죽고 죽이는 아내폭력의 비극적 결말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요인이다. (검찰 단계에서 가정폭력 사건의 36.8%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며, 절반에 가까운 48.8%가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왜 그랬냐?’는 오빠의 물음에 “나 아니고서는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 남편살해 아내에게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방임과 무관심에 대한 반성이어야 한다.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09-7-17


파일형식 : 보도자료


유형 : 문서


컬렉션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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