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성폭력 가해자 KBS노조 전 부위원장 강철구 실명공개 관련 2차 공판에 즈음하여 우리의 입장[연대성명서]


표제 : 2002 성폭력 가해자 KBS노조 전 부위원장 강철구 실명공개 관련 2차 공판에 즈음하여 우리의 입장[연대성명서]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성폭력


기술 : 성폭력 피해자의 명예훼손 기소에 대한 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
- 성폭력 가해자 KBS노조 전 부위원장 강철구 실명공개 관련 2차 공판에 즈음하여 우리의 입장 -

지난 2001년 11월 30일 서울지검 남부지청(담당 : 이재헌 검사)은 KBS 노조 전부위원장 강철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해자 2인과 [운동사회 성폭력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이하 100인 위원회)]에 대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위 피해자 강철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라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우리는 가해자와 가해자를 비호하는 조직에 의해 산산조각 난 피해여성들의 인권이 또 다시 법의 이름으로 유린당하는 현실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제 사법부의 판결을 앞두고 우리는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성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성명서, 의견서 등을 통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주장한 바 있다. 즉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둘만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여 증인을 찾기 힘들고,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서 녹음이나 사진촬영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여 물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성폭력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를 적극 부인하는 게 일반적이다.

성폭력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극단적인 무력감에 빠져 한동안 그 상황에 대처하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의 판단능력에 회의까지 느끼게 된다. 특히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성폭력은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고, 그 충격은 사실 자체를 애써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의도적으로라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세한 사실 관계를 잊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분노가 대단히 크다고 하더라도 그 분노가 가해자에게 혹은 외부로 표출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면 깊숙이 감춰져 계속 되어오던 성폭력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이 십수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라도 표면화될 수 있으므로 5,6년이 지난 다음에 성폭력 사실을 드러내고 문제제기를 한다고 하여 성폭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될 수 없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의 법은 이러한 성폭력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합리적 여성'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아 성폭력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수사 원칙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4-5년이 지난 사건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 사건이 "없었다"는 가해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한편으로 1년이라는 불합리한 고소기간 제한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법에 의거하여 성폭력 피해를 보상받을 아무런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 실명공개라는 피해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자구노력 지원과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공익적 행위 역시 명예훼손이라는 범죄로 치부되었다. 이는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부여하고 '물증'으로 피해사실을 입증하도록 강요하는 현 법체계와 검찰의 관점은 범죄사실을 끝까지 부인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는 가해자에게 또 하나의 무기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지난 수십 년 간 남성들의 물리적?성적 폭력에 대한 피해여성들의 정당한 저항행위는 법에 의해 '범법'으로 둔갑되어졌고 가해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는 가해자와 이를 비호하는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법체계 속에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없었던 일'로 묻혀져 갔으며, 피해자들은 2중, 3중의 피해를 입어왔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결정으로 두 명의 피해여성이 또다시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고 성폭력 사실을 알려 올바른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고, 그로써 우리 사회의 성폭력을 근절하고 여성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서 이번 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 관련 명예훼손 사건은 성폭력의 특성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사법부는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속에서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판단하여 성폭력 사건의 올바르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생산자 : 관악여성모임연대, 동성애포털사이트"버디친구닷컴",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생존자명예회복과가해자처벌을위한"반성폭력여성주의자연대", 성균관대학교총여학생회, 성차별판결모니터링모임, 여성성적소수자반성폭력네트워크, 이화여자대학교여성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전교조여성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끼리끼리'


날짜 : 2002-4-30


파일형식 : [연대성명서]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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