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SBS 깜짝 스토리랜드-사건 파일! 범인을 사랑한 피해자들!〕방송분에 대한 공동성명서[연대성명서]


표제 : 2002[SBS 깜짝 스토리랜드-사건 파일! 범인을 사랑한 피해자들!〕방송분에 대한 공동성명서[연대성명서]


주제 : 미디어운동 ; 미디어 모니터링


기술 : 성폭력 피해를 희화화하고 가해자를 양산하는 SBS는 자성하고,

<깜짝 스토리랜드> 방송을 즉각 중단하라.

?

지난 12월 8일 [SBS 깜짝 스토리랜드]는 <사건 파일! 범인을 사랑한 피해자들!>이라는 방송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심각한 연쇄 성폭력 사건을 오락적 에피소드로 왜곡시켜 방영하였다. 나아가 해당 방송은 가해자의 폭력성을 은폐하고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정당화시킴으로써 성폭력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왜곡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이는 공중파 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함을 넘어 성폭력을 조장하고 무수한 가해자를 양산하는 역할을 자처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본 단체들은 이러한 방송 행태에 분노하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발표하는 바이다.?

1. 성폭력 사건을 희화화함으로써 성폭력의 폭력성과 심각성을 은폐하고, 가해자에 대한 용서를 운운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여성인권의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 성폭력 사건을 재연하면서, 낭만적인 음악, 패널과 방청객의 웃음소리, 코믹한 나레이션을 사용하여 성폭력 사건의 폭력성과 심각성을 은폐하였다.

-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회자가 ‘용서 잘 하십니까....스트레스 받으면 건강에 해로우니 용서합시다.’ 라고 언급함으로써 성폭력이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백히 부인하였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인권을 유린하고, 피해자의 일생을 통해 그 후유증을 남기는 분명한 범죄행위이다. ‘성폭력 발생율 세계2위국,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중파 방송이 강력범죄를 희화화하고 용서운운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여성인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2.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인 강간신화를 정당화시키는 것은 성폭력을 조장하고 잠정적 가해자를 양산시키는 행위이다.

- 성폭력 사건을 일종의 로맨틱 코미디로 왜곡시킴으로써 ‘여자들은 은근히 강간당하길 바란다.’거나 ‘강간하고 나면 자기 여자로 만들 수 있다.’는 강간신화를 강화하였다.

강간신화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을 줄어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직도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도 원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공중파 방송이 강간신화를 유포한 행위는 더 많은 남성들을 잠정적 가해자로 사회화시키는 일에 다름 아니다.?

3.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폭력인 ‘성폭력’을 ‘성관계’로 묘사하는 것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사회인식을 강화함으로써 많은 성폭력 피해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재생산하는 행위이다.

- 성폭력 사건이 피해 여성에 대한 폭력적 상황임을 은폐함으로서 성폭력을 성관계로 보이도록 유도했다.

- 성폭력 재연장면에 가해자가 지퍼를 올리는 장면을 넣는 등 선정적 성관계 장면처럼 연출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폭력’에서 ‘성관계’로 돌렸다.

성폭력을 성관계로 여기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신고하지 못하게 하고, 이후 더 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한다. 텔레비전 매체에 의한 선정적 성폭력 인식 강화는 무엇보다도 파급력이 높고, 따라서 그 해악도 크다고 할 수 있다.?

[SBS 깜짝 스토리랜드]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혹자는 오락 프로그램이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 하여 사회적, 윤리적 기준에서 자유로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웃음’이야말로 잘못된 선입관을 공고화시킴으로써 약자에 대한 폭력에 불감하게 만들고, 나아가 이러한 폭력을 직접 행하게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SBS 깜짝 스토리랜드]에서는 ‘...엽기적인 사건들을....과학적이면서도 코믹하게 재연해서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기획의도를 내세웠지만, 12월 8일에 방영된 <사건파일! 범인을 사랑한 피해자들!>은 이러한 기획의도 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다만 성폭력을 희화화하고, 폭력성을 은폐하며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을 ‘그저 웃어넘기도록’ 유도하는 방송사, 방송을 통해 더 많은 가해자를 부추기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남았을 뿐이다.?

본 단체들은 이러한 폭력적 방송 행태에 분노하며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SBS와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주요뉴스 시간대를 통해 공개사과하고, 이와 같은 방송을 무책임하게 방영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그 이유를 명시하라.

2. SBS는 해당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징계조치를 취하라.

3. SBS는 성폭력관련 사안에 대한 방송지침을 수립하라.

4. SBS는 방송제작에 관여하는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실시하라.?


생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미디어워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여성해방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여성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언론인권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날짜 : 2002-12-11


파일형식 : [연대성명서]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태그 : ,


연관자료 : 이 자료에는 연관된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