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부부성폭력 처벌과 피해자인권보호에 역행하는 대한변협 의견에 반대한다!
[연대성명서]


표제 : 2005부부성폭력 처벌과 피해자인권보호에 역행하는 대한변협 의견에 반대한다!
[연대성명서]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가정폭력


기술 : 지난 8월 16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는 오는 9월 국회에서 다루어질 예정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본 단체들은 부부성폭력처벌과 피해자인권보호에 대한 대한변협의 이번 주장에 전제되어 있는 가부장적 인식 및 태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아래와 같은 입장에서 대한변협의 의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대한변협의 부부성폭력 조항에 대한 반대 주장은, 여성의 성(性)에 대한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대착오성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한변협은 성폭력특별법상의 부부강간죄 조항 추가에 대한 반대 의견의 근거로서 ‘부부는 본래 성을 매개로 결합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이므로 어떤 사정으로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그들 사이의 성 문제를 쉽게 형사문제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민법상 ‘부부의 동거의무’를 혼인시 성관계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나아가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강제적인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왔던 기존 법관행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관행은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남편의 재산으로 보았던 19세기 이전의 여성인권유린적 시각을 21세기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대착오적 태도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으며, 이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이 법조계 안에서도 인정, 논의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2004년 8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부부간에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현직 법조인 및 법학자들 안에서도 이의 입법론적 방법이 여러 방향에서 검토?논의되고 있다.

여성이 결혼하였다는 것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객체임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수 없으며, 결혼하였다는 것이 남편에 의한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 될 수 없음은 상식적으로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변협의 주장은, 입법론적인 모색에 있어서의 여러 의견제시의 가능성과 의견차이를 감안 한다 하더라도, 그 근거에서 밝히고 있는 가부장적 인식의 시대착오성에 대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나아가 결과적으로는 그 반대의 타당성 및 설득력을 취하기 어려워 보인다.

2. 성폭력전문조사관 제도에 대한 대한변협의 반대 입장은 성폭력피해자 인권보호와 성폭력사건에 있어서의 법적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

변협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안하고 있는 성폭력 전문 조사관 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관련하여‘성폭력범죄는 일반적인 범죄로서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할만한 소양만 갖추면 되지, 전문적 지식이나 특수한 수사기술을 요하지 아니한다.’,‘수사인력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근거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성폭력 범죄에 대한 변협의 몰이해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의견이라 할 수 있다. 여성 및 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왜곡된 인식은 폭력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수사?공판 담당자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반적 범죄와 달리 성폭력범죄의 경우, 수사?공판과정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2차 폭력이 매우 심각하게 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는 피해에 대한 조사 및 판단에 있어 담당관들이 법적 진실에 접근하고 인지하는데 장애가 됨으로써, 법적 판단의 공정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성폭력사건에 대한 수사 기법의 개발 그리고 수사.공판 전담관제도 등에 대한 적극적 검토 및 도입은 이처럼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차원과 함께 법적 판단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이번 변협의 주장은, 성폭력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노력에 역행하는 주장일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의 특수성 및 현실의 문제점을 도외시하고, 재정적 빌미 등을 이유로 법적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일련의 노력에도 역행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본 단체들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이다.

- 아내의 성적자기결정권 인정하는 부부성폭력 처벌 조항은 마련되어야 한다!

- 가정 내 여성에 대한 성적폭력은 일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으로 해결, 책임져야 할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 피해자인권보호와 법적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성폭력전문조사관 제도를 도입하라!

사회적 변화 속에서 법이 변화되기도 하고, 법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사회는 사회문화 속에 뿌리 깊게 내재해왔던 가부장적 인식과 태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여성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왔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여성인권관련법의 제?개정 작업들을 만들어 왔고, 이는 다시 가부장적 세력의 보수적 저항과 고착화된 사회문화적 관행들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번 대한변협의 의견은,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흐름과 함께 법적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을 담당해가야 할 법조인들이, 전근대적 가치기준을 고수하며 이를 근거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들에 대해서까지 역행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이번 대한변협의 의견에 대한 비판들을 통해, 대한변협이 스스로의 가부장적 보수성과 시대착오적 가치기준에 대한 성찰 및 각성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생산자 : 여성인권법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의회


날짜 : 2005-8-17


파일형식 : [연대성명서]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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