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폭력에 관대한 여성가족부, 더 이상 가정폭력을 용납해서는 안된다[연대성명서]


표제 : 2005폭력에 관대한 여성가족부, 더 이상 가정폭력을 용납해서는 안된다[연대성명서]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가정폭력


기술 : 12월 8일 여성가족부는 쉽게 가정폭력성향을 진단해볼 수 있는 부부폭력성향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여 발표하였다. 크게 신체폭력, 언어?정신적폭력, 성적폭력등의 행동유형으로 나누어 전체문항을 구성하였고, 빈도수에 따라 점수가 합산되는 형식이다. 점수를 총 5단계로 나누고, 유형에 따른 설명을 하고 있다.여성가족부는 설문 문항을 통해 폭력의 위험을 알리고 예방하고자 했다고 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체크리스트는 가정폭력의 핵심을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으며 나아가 가정폭력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인식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 가벼운 가정폭력은 나쁘진 않다고? 가정폭력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지 가볍거나 중하거나가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런 시각이 가정폭력을 부부갈등이나 싸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아주 심각한 정도만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잘못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며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도 전가하여 쌍방문제로 보게 하는 것이다.

체크리스트에 제시된 설문 문항 중 어느 것도 가정폭력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점수가 낮더라도 분명히 폭력이라는 경고와 함께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가벼운 폭력성향이 나타난 사람들에게 “나쁘진 않다”는 표현은 가벼운 폭력은 괜찮다는 여성가족부의 인식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끔 맞는 것은 경찰에 신고를 고려할 정도 밖에 안되는가? 가끔이더라도 치명적인 흉기로 맞거나 찔릴 경우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여성가족부는 모른단 말인가. 가정폭력은 처음 발생했을 때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정폭력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지 가볍거나 중하거나가 문제가 아니다.

2. 사람 이름과 폭력유형은 아무 의미나 연관성이 없음에도 억지로 연결시켜 폭력을 반여성적으로 희화화했다.

체크리스트에서는 폭력의 등급을 매겨 특정 동화나 역사 속의 인물에 빗대어 정형화하고 있다. 단순명쾌하고 재미있게 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여기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폭력유형별 인물명과 폭력정도와의 연계성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폭력성향이 전혀 없는 유형에게 남성은 “제갈공명형”, 여성은 “신사임당형”이라 명명하고 있는데 이 두 사람 사이의 연관성도 없을 뿐더러 제갈공명은 전쟁 영웅이며 대단한 전략가이다. 전쟁의 폭력성은 무시한 채 무엇을 근거로 선정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명명은 재미만 염두에 두어 가정폭력을 희화화한 것이다. 또 폭력위험이 높아질수록 “백설공주형” “팥쥐형” “뺑덕어멈형” “장희빈형”이라고 명명한 것은 이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비판없이 차용한 반여성적 사고라 할 수 있다.

3. “부부폭력”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아내폭력의 핵심을 흐리고 있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체적, 언어?정신적, 성적 폭력을 말한다. 본회의 상담경험과 다양한 상담통계를 보면, 가정 내 폭력의 대부분은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아내폭력은 성차별적 가부장제에 의해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는 것으로 아내도 남편을 구타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정치적 성격이 희석되어져서는 안된다. 체크리스트에서는 “부부폭력”이라는 성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아내폭력의 본질을 무시한 채 부부간의 갈등, 혹은 싸움으로 발생하는 상호 폭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차라리 “가정폭력”이라는 법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후 가정폭력을 부부폭력이란 용어로 대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어떤 근거에서 개념이 바뀌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단계별로 폭력의 위험도를 경고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폭력에 대한 예방과 방지를 위한 홍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에 기반한 홍보가 아니면 폭력을 더욱 안이하게 보는 시각을 양산할 뿐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가정폭력피해자의 죽음과 피해여성이 가해남성을 죽이는 사건을 통해 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만들어내는 이벤트식 홍보가 가정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다시 한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발행처/출판사 : 서울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인천여성의전화, 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날짜 : 2005-12-8


파일형식 : [연대성명서]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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