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007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 발표에 대한 논평[논평]


표제 : 2008 2007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 발표에 대한 논평[논평]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가정폭력


기술 : 여성부는 지난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하여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가정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2004년에 이어, 두번째 전국단위의 가구조사로서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결과는 앞으로 가정폭력을 연구하거나 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통계자료와 물적 근거로서 사용될 것이다.

여성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1년간 가정폭력발생률이 50.4%로 두 가구 중 1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한다는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가정폭력을 부부, 아동, 미혼자,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폭력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폭력현황 조사결과를 근거로, 지역사회 중심의 예방교육 활성화, 가정폭력 피해 긴급신고체계, 피해여성지원, 이주여성지원체계, 상습적 폭력 가해자의 처벌강화 등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여성부가 이러한 정책을 세우고 적극 집행하려는 의지는 무척 고무적이다. 여성인권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는 본회는 이러한 정부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집행되어 실효성 있는 인권정책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이번 실태조사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부부폭력’, ‘상호폭력’이라는 몰성적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점이다.

‘부부폭력’, ‘상호폭력’이라는 용어는 성중립적인 용어처럼 보이지만, 실제 우리사회의 남편에 의한 아내폭력 실태가 성별권력관계의 문제임을 간과한 것이다. 마치 부부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이 폭력의 주체로서 동일한 권력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가정폭력 사건을 일선에서 다루는 경찰청 통계를 보면, 전체 가정폭력 사건의 80%는 아내학대이다. 가부장제 가치관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폭력의 행사 주체는 대부분 남성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실상황을 무시하고 조사를 한다면, 가정폭력의 주요한 원인인 불평등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내용을 단순히 수치상으로 살펴보면, 남편에 의한 아내폭력과 아내에 의한 남편폭력의 비율이 크게 차별성이 없다.(33.1%, 27.1%) 그리고 ‘상호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남편폭력에 대한 적극적 방어형태에서 나오는 아내들의 행동도 같은 폭력범주의 선상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폭력의 경중을 단순하게 정의한 것도 문제이다. 조사내용에서 신체적 폭력유형 중 경한 폭력은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는 행위와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이며, 중한 폭력은 어깨나 목을 꽉 움켜잡는 행위, 목을 조른 행위, 칼이나 흉기로 위협하거나 때리는 행위로 정의했는데, 이렇게 단순하게 구분하여 통계화 하는 것은 복잡한 폭력양상을 설명할 수 없고, 피해자 관점에서 느끼는 폭력의 두려움과 심각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정폭력 조사는 전체조사가구 중 일부 소수가구(실태조사 8,783 가구중 38가구)를 포함시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가구의 일정한 표본 가구 수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의 목적은 체계적인 복지지원정책뿐 아니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성인지적 정책의 기초자료로 사용되어야 한다. 때문에, 여성부는 앞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하는데 있어, 성인지적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더욱 의미 있는 자료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부가 세운 폭력예방 인권정책이 형식적인 전시 행정으로 사장되지 않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실효성 있게 집행되기를 바란다.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날짜 : 2008-4-18


파일형식 : [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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