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성 전환자에 대한 강간죄 유죄판결을 환영한다 [논평]


표제 : 2009 성 전환자에 대한 강간죄 유죄판결을 환영한다 [논평]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성폭력


기술 : 1996년 대법원에서는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진짜 여성’이 되는지를 천명한 바 있다. 성염색체가 XX이고,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가져야만 ‘여성’이며, 그럴 때에만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그로 인해 납치되어 윤간피해를 입은 성전환자는 부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강간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10여년이 지난 2009년 2월 18일, 부산지법에서는 주거에 침입해 성전환자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강간죄를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보통 여성처럼 성행위가 가능하고 실제 성적침탈행위가 있었다면 여성으로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성전환자를 강간범죄의 객체인 ‘부녀’로 인정하고 피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환영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우리에게 몇 가지 아쉬움과 고민을 남겨주었다.

첫째, 양형의 문제이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주거침입 등의 죄를 함께 범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정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강도강간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가중처벌은커녕 집행유예를 선고한 점은 유감이다.

둘째, 여전히 ‘누가 여성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에 당사자 개인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혐의를 온전히 벗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이 여성임을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성정체성의 역사를 모두 드러내야 했다. 피해당사자는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여 살아왔고, 가해자 역시 피해자를 여성이라고 판단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인데, 피해자가 강간범죄의 객체가 되는지 아닌지가 법의 판단에 있어 주요 쟁점이 되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

현행법상 강간범죄의 객체는 부녀로 한정되어 있다. 만약 피해자가 여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는 강간과는 양형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강제추행으로 명명되었을 것이다.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전환자든, 가해자가 성기삽입을 했든, 이물질 삽입을 했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인권침해이고 성폭력이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누구든지 법 앞에서 공평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현행 강간범죄의 객체 확대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진행되기를 바란다.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09-2-19


파일형식 : [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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