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 기념 성명서 “평택,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성명서]


표제 : 2006년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 기념 성명서 “평택,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성명서]


주제 : 정책변화 ; 기타정책변화


기술 : 오늘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여성들은 대추리 평화공원에 모였다. 주민들이 스스로 세운 대추초교가 사라지고, 정성들여 간척지를 개간한 농토가 철조망에 둘러쳐 있는 황새울을 바라보며 우리는 1981년 유럽에서 평화와 군축을 위해 모였던 여성들의 뜻을 기억하며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 2006년 평택문제는 대추리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평화적 생존권, 한반도 평화, 군사주의 문제로 여성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황새울의 찢겨진 땅이 토해내는 소리 없는 피울음을 보며 그 대지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요, 철조망에 갇혀 있는 것은 논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임을 알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지역을 결정하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주민들은 없었다. 정부는 그 정책결정에 따라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주민들의 요구도 수렴하지 않고, 이 문제가 전국민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합의와 절차 없이 ‘국가안보’라는 구실로 평택을 강제 수용하였다.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된 결과에 따른 고통을 주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토지의 강제수용을 위해 정부가 저지른 폭력에 주목한다. 15,000명의 군인, 경찰, 용역인원을 동원한 5월 4일 공권력의 야만적 진압은 많은 부상자와 연행자를 낳았다. 여성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 한국 군대가, 경찰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갯벌을 메워 일군 자기 땅에 가려는 할머니의 발길을 막고 새싹에 물 한 모금 주려는 손길을 가로막고 있는 땅, 그것이 대추리의 현실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찢긴 가슴을 어떻게 아물게 할 것인가??

주민이 요구하는 평화적 생존권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향상시키는 기본권리이다. 이 권리는 국가권력을 견제하고 국가권력의 간섭으로부터 개인을 방어하는 권리다. 평화적 생존권을 부정하고 평택기지 건설을 위해 주민의 토지소유권, 경작권, 주거권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저항하는 일은 정당하다.

우리 여성은 평택기지 확장과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한다. 전략적 유연성인정에 따라 평택이 중국 등 외국을 염두에 둔 주한미군을 위한 신속기동군 기지로 전환되고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휩쓸리게 될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는 주민과 여성들의 저항을 지지한다.

현재 평택에서 강제수용하려는 땅은 대부분 농토이다. 생명을 살리는 토지가 물을 대지 못해 타들어가고 철조망으로 덮히고 수로를 파놓아 점차 죽어가고 있다. 생명의 땅이 죽음을 준비하는 전쟁연습기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평택의 오늘은 ‘칼을 쳐서 쟁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쟁기를 무기??로 만드는 일로 ‘국가안보’라는 구실아래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우리는 평화의 땅을 군사기지로 전환하는 것이 위협을 줄이는 게 아니라 위협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생명이 희망이고 생명의 땅이 자유로울 때 우리도 평화로울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평택을 생명의 땅, 평화의 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민의 절규에 함께 한다.

우리는 ‘국가안보’를 현대화된 ‘전쟁장비’의 구입과 옥토의 군사기지로 전환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남북화해와 협력, 주변국과 상호이해, 정치외교관계 및 경제협력 강화, 상호교류 증진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주요 강대국이 모여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 강화를 통한 안보 확보는 상호 군비경쟁을 낳아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한미관계는 군사력에 기반을 둔, 생명의 땅을 군사기지로 바꾸는 힘의 논리에 따른 군사동맹 강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문제해결방식을 토대로 하고 한국과 미국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정치외교 접근법에서 온다고 확신한다.

우리 여성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정에서 여성이 참여하고, 분단 상황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장 결정은 여성들의 평화요구를 배제한 것이다. 이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한 사람들은 남성들로 구성된 정부엘리트였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는 갈등해결과 평화 과정의 의사결정 수준에서 여성의 참여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군사안보정책 결정 과정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는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전쟁의 종언을 넘어 지속가능한 평화와 화해의 조건을 창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과정과 갈등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우리는 ‘전쟁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세계여성들과 연대하며 평화롭게 농사짓고 싶어하는 대추리 주민과 함께 할 것을 천명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평택기지의 확장을 반대한다.
2. 주민과 대화없이 강제 퇴거를 집행한 국방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3. 평택,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 복원하라.
4. 군사이익 추구와 무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군사주의에 반대한다.
5.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한다.
6. 유엔안보리 1325 결의안에 따라 군사, 안보, 평화 정책 결정과정에 여성 참여를 보장하라.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파일형식 : [성명서]


유형 : 문서


컬렉션 : 성명서/의견서/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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