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성폭력 ‘사건’에 대한 왜곡과 거리두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화요논평]


표제 : 2016 성폭력 ‘사건’에 대한 왜곡과 거리두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화요논평]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성폭력


기술 : 검찰청 성폭력사범 접수·처리현황 사전정보공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1-4월) 접수된 성폭력사범은 총 10,278명으로, 하루에 약 85명의 성폭력가해자가 입건되었다. 성폭력의 90% 이상이 신고조차 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접수되지 못하는 사건들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한지 실감할 수 있다.

제대로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매일같이 발생하는 무수한 성폭력이 우리 사회에 사건화·공론화될 수 있는 것은 피해생존자의 ‘말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1-22일 발생한 ‘학부모, 주민에 의한 집단 성폭력 사건’ 역시 피해여성의 신속한 신고와 대응이 있었기에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문화가 팽배해있고,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은 고사하고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어야 하지만 여전히 그렇기에, 성폭력 ‘사건’을 대할 때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인식과 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피해여성의 말하기로 알려진 본 사건을 어떻게 ‘사건화’하고 있는가.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상당수의 언론보도와 SNS상의 글에서 자행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성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형편없는 민낯을 여실히 ‘또 다시’ 보여주었다. 언론은 ‘20대’, ‘여교사’, ‘술’, ‘특정 지역’ 등을 키워드로 사건의 본질을 오도하고 피해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쓰며 성폭력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재생산했고, SNS상에서는 피해자의 신상노출을 비롯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또한 정부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을 ‘화장실’과 ‘정신질환’의 문제로 돌렸듯이, 본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보다는 ‘관사’와 ‘도서벽지’의 문제로 치환시켰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안전을 강화하고 교사의 근무·거주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본 성폭력 사건을 통해 주요하게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도서벽지 관사’가 아니며, 그것에 머물러서는 더더욱 안 된다.

잇달아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살해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언론보도의 증가와 함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과 정부가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건’ 자체를 그릇되게 소비하거나 ‘사건’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여성에 대한 폭력 ‘사건’을 대하는 내용과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 ‘사건’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과 방향은 피해당사자의 인권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론화의 목표는 제대로 된 사건해결과 함께 여성폭력의 본질인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인권침해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게 하는데 있어야 한다. ‘사건’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닌 내가 위치한 공간, 나와 주변의 인식과 행위로 시선을 가져와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반여성폭력 운동의 역사적 성과는 피해생존자의 말하기와 그 목소리를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만들어내는 시민운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여성들의 말하기는 계속되어 왔고, 점점 더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희망은 크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성평등 사회를 향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성찰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60614
* 참고자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논평 <‘학부모, 주민에 의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입각해 해결되기를 바란다> http://bit.ly/1toqfTC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16-6-14


파일형식 : 화요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화요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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