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파트 줄게, 애 셋 낳아라? [화요논평]


표제 : 2016 아파트 줄게, 애 셋 낳아라? [화요논평]


주제 : 정책변화 ; 기타정책변화


기술 : 지난 11월 6일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태아와 입양한 자녀를 포함하여 미성년 자녀가 셋 이상이면 다자녀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공급비율도 지자체장이 인정하면 10%에서 15%로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였고, 15일 시행예정이라고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현금과 금붙이를 주던 정부가 이제 태아까지 동원하여 주택 우선 분양권을 주겠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돈 몇 푼 주고, 주택분양권 좀 확대해주면 사람들이 아이를 더 낳을 거라는 발상은 도대체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국가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출산 억제’ 혹은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왔다. 그 안에서 여성의 몸은 ‘출산의 도구’로서 끊임없이 통제되었고, 여성의 삶과 건강은 위협받았다. 형법으로는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해 놓고,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인구조절정책의 일환으로 ‘낙태’를 종용했다.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제공하거나 ‘낙태’를 일종의 피임법으로 장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저출산 해결이 목표가 되자, ‘낙태’ 처벌을 강화하고 셋째 자녀를 임신만 하면 ‘특별히’ 주택분양권을 주겠노라고 생색을 내고 있다.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라고 외쳐대는 이 나라는 출산장려정책이라는 이름하에 더욱 교묘하게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이용·통제하고 있다. 이는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2016~2020)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비혼·동거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한다고 하면서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건강증진’을 빌미로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만들기’에 힘쓸 것을 독려한다. ‘난임부부 종합지원체계’를 보면, 난임전문상담센터를 설치하여 시술에 필요한 의료비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여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의 경우 3일간의 무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청소년 건강서비스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여성건강증진의 토대를 마련한다고 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만 12세 여아에 대한 ‘자궁경부암 국가 예방접종 실시’를 적극 추진한다고 한다. 또한 ‘결혼·출산 친화적 세제개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셋째 자녀 1인당 30만원 세액공제 등을 포함한 자녀세액공제, 연간 소득 4천만원 이하 가구에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자녀장려세제의 안착을 추진하고, 내실화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임신-출산-양육을 ‘정상화’·‘자연화’하고, ‘정상성’을 갖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얄팍한 지원을 하면서 여성에게 아이를 낳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생명이나 삶과 직결된 피임·임신·임신중지·출산 전반의 선택권, 접근권, 통제권을 억압하고, 결혼유무,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장애와 질병, 경제적 차이를 고려한 임신·출산 전반의 권리는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땅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출산의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서 존엄과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그 ‘정의(正義)’에서부터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부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http://www.molit.go.kr/USR/law/m_46/dtl.jsp?r_id=4873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61108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16-11-8


파일형식 : 화요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화요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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