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까칠한 환자도 '매우 만족'하는 이곳, 어렵지 않아요[언론기고]


표제 : 2012 까칠한 환자도 '매우 만족'하는 이곳, 어렵지 않아요[언론기고]


주제 : 미디어운동 ; 컨텐츠생산


: 문화운동 ; 기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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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내 건강은 참여 통해 이뤄진다, 의료생활협동조합

몸은 우리 자신의 것임에도 타자에 의해 규정되기 쉽다. 특히 아플 때는 더 그렇다. 병원이나 약국에 찾아가 전문가의 진단에 내 몸을 맡기고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까다로운 환자였다. 의사에게 내가 왜 아픈지, 처방받은 주사나 약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하나하나 묻고, 접수대에서는 환자용 처방전을 따로 발급해달라거나 약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내 몸에 대한 것을 내가 알고자 하는 욕구는 다만 의사를 귀찮게 하는 호들갑스러움으로 읽혀질 뿐이었다. 그런 내가 의료생협에서 일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의료생협에서 건강은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내 몸을 의료인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기 건강의 주체가 된다. 의료생협 의사는 내 몸에 진단을 '내리'는 권위자가 아닌, 진료실에서 내 몸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궁금한 것들을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든든한 지지자가 된다. 내 몸에 대해 스스로가 참여자가 되어 의료인과 협동하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의료생협 의료기관마다 걸려있는 환자 권리장전은 이러한 의미를 갖는다.

< 환자권리장전 >
? 알권리: 모든 환자는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관한 현재의 상태, 치료계획 및 예후에 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으며 검사자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 자기 결정권: 모든 환자는 치료, 검사, 수술, 입원 등의 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행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모든 환자는 진료과정에서 알려진 사생활 및 신체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담당 의료진이나 그 외 법적으로 허용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의무기록 열람을 금함으로써 진료상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 배울 권리: 모든 환자는 질병의 예방, 요양 및 보건, 예방 등에 대해 학습할 권리가 있다.
? 진료 받을 권리: 모든 환자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비합리적 의료보장제도의 개선과 자신에게 유해한 생활환경,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국가 및 단체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 참가와 협동: 모든 환자는 의료종사자와 함께 힘을 합쳐 이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할 때는, 내 몸이 아프지 않도록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의료생협에서는 혈압, 혈당, 비만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8주 채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매일 만보걷기와 식단 조절을 통해서 8주 동안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의료생협 활동들
▲ 의료생협 활동들
ⓒ 한국여성의전화

말이 그렇지 두 달 여나 되는 기간 동안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매일매일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 같이 현미밥을 함께 먹으면서 고충을 나누고 서로를 독려하기도 한다. 사이사이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강좌도 있고, 파워워킹 강좌나 웃음치료, 채식 식당에 같이 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혼자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한 이유다.

이 8주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물리적으로 실제적 효과도 얻지만(체중감량, 혈압 조절, 혈당치 하락 등) 무엇보다 내 몸을 스스로 변화시켜 본 '경험'의 뿌듯함을 느낀다. 건강이 전문가의 권위를 통해 혹은 혹독한 자기관리를 통해 지켜졌던 지난 경험과는 다르게, 스스로가 건강의 주체로서,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통해 건강을 획득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생협 활동의 중심에는 건강소모임들이 있다. 건강실천단같은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외에, 소소하게 일상적인 동네 모임을 통해서 건강을 지켜가는 소모임이 바로 건강소모임이다.

걷기 소모임, 노래 소모임, 산행 소모임, 댄스·요가·타이치체조 소모임, 밑반찬 소모임 등이다. 조합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건강 소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하면서 일상적으로 건강을 지킨다. 동네 친구 만나듯이, 즐겁게.

참여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개인의 건강만이 아니다. 최근 개원한 살림의료생협의 살림의원은 준비하는 과정에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6번의 개원애벌레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개원애벌레 회의를 통해 받고 싶은 진료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의원의 이름부터 내부 인테리어와 진료 시간, 조합원 혜택까지 하나하나 스스로 정했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와서 참여할 수 있고, 6번의 개원애벌레 동안 수많은 조합원들이 오프라인상으로 온라인상으로 의견을 냈다. 의료생협에서는 이렇게 스스로 원하는 진료를, 또 그런 진료를 구현할 수 있는 병원을 직접 참여하여 만들 수 있다. 물론 개원 후에도 역시 이용위원회 등을 통해 의료기관의 운영에 참여한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의료생협의 모든 활동은 조합원들의 참여로 시작해서 참여로 끝난다. 의료기관 개설을 포함한 의료생협 활동의 전반을 1년의 한번 조합원 총회를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 상시적으로는 이사회, 각 위원회에 결합하여 내가 건강해지는데 필요한 것, 우리 동네가 건강해지는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직접 얘기 나눌 수 있다. 참여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낼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참여 또한 중요하다. 만들고 싶은 의료기관, 혹은 요양시설을 꿈꾸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출자를 통한 경제적 참여를 하는 것은 훨씬 더 주인의식을 갖게 해준다. 예전에 안성의료생협에 갔을 때 조합원 한 분이 병원에 오셔서 '우리가 만든 병원'이라고 자랑스러운 듯 말씀하셨던 것이 인상에 남아있다.

실은 나도 얼마 전 자꾸 오른쪽 손목이 아파서 살림의원에 다녀왔다. 의사는 내 평소 생활습관을 묻고, 내가 겪는 질병에 대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주사는 질병에 어떤 작용을 하며, 오늘 주사를 맞고 갈 것인지도.

내 몸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주고, 어떤 선택이 내 몸에 가장 좋을지 오랜 시간을 들여 나와 상의해 주었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이런 병원을 만들고 싶었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힘을 모아 이 의원을 개원한 살림의료생협 조합원들은 얼마나 더 뿌듯할까 생각하니 절로 감동이 밀려왔다.

참여한다는 것은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멀리서 방관하거나 비판만 하지 않고, 꿈꾸는 것을 위해 내가 직접 그 중심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참여의 경험이 많지 않고, 더러는 귀찮고 두렵기도 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참여'를 연습해야 한다. 사소하더라도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을. '참여'하는 것이 어떤 것들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한 번 경험하면 알게 된다. 그러면 그 다음 발을 내딛는 것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한가지 더, 그 과정에서 가장 값진 변화는 바로 나 자신의 변화일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의료생협 활동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생산자 : 최지선영 한국의료생협연합회 교육미디어팀장


날짜 : 2012-9-15


파일형식 : 언론기고


유형 : 문서


컬렉션 : 언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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