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분노한 인도의 여성들, 인도 영화의 새로운 주류가 되다[언론기고]


표제 : 2016 분노한 인도의 여성들, 인도 영화의 새로운 주류가 되다[언론기고]


주제 : 여성인권영화제 ; 10회영화제


: 미디어운동 ; 컨텐츠생산


: 여성폭력추방운동 ; 성폭력


기술 :
인도영화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긴 상영시간에 춤과 노래가 있는 영화들. 하지만 인도라는 나라 자체는 인도영화와는 꽤 동떨어져 보입니다. 타지마할이나 갠지스 강과 문화유산도 생각나지만, 보수적인 사회, 특히 카스트 제도와 같은 낮은 수준의 인권문제도 같이 떠오르게 되지요.

특히나 버스에서 벌어진 강간사건과 같이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도 있습니다. 영화 속 사랑이야기는 실제 인도 사회를 기만하고 포장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기존 인도영화에서의 여성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돌아보면 인도 사회에서의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략 엿볼 수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서사영화의 홍수 속에서 여성은 남성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영화의 위기나 절정 부분에선 여성이 만든 위기 상황을 남성 캐릭터가 해결하며 간간이 흥을 돋우기 위해 영화 전개와는 무관한 여배우가 '아이템 걸(item girl)'로 출연해 춤과 노래를 보여주기도 하죠. 모든 갈등을 해결한 남녀 주인공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영화는 끝납니다.

간혹 영화 속엔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은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대학에 진학한 여성(인도 사회에선 꽤 드문 일) 등을 보여줍니다. 변화하는 인도 사회의 모습을 구색갖추기 목적으로 보여주는 경향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으로서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나오는 일은 꽤 드물었습니다. 나오더라도 사회적인 메시지에 집중하는 다소 투박한 영화들이 많았죠.

달라지는 인도 영화 속 여성들
그러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여성이 중심으로 활약하는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영화가 본격적으로 이런 흐름을 시작했다고 할 수도 없고 여전히 인도영화가 여성중심 서사 영화≠페미니즘 영화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때 완전히 배제된 여성들의 이야기가 수면으로 올라왔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특히 2008년 마두르 반다카르 감독이 만든 <패션>의 경우 여성이 주축이 된 모델 업계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프리얀카 초프라를 비롯한 주요 배우들은 이 영화로 내셔널 어워드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습니다. 모델인 제시카 랄이 살해당하던 사건을 영화화한 <아무도 제시카를 죽이지 않았다>에선 권력자인 남성에 의해 피해를 본 여성을 두 명의 여성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굿모닝 맨해튼>에서는 가정주부가 아닌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받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개봉된 <퀸>은 여성 서사 영화에 큰 이정표를 세운 영화로 기록됩니다.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라'는 가부장적 가치를 뒤집고 여성들과의 유대, 자아의 발견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비평과 흥행에 성공하며 13년 만에 인도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한 영화가 되었고 인도의 각종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 이처럼 여성 서사 영화가 작품성과 상업성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게 되면서 단순히 편수만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영화가 다루고 있는 분야도 다양해졌습니다. 아마 인도 변방의 작가 감독인 판 나린 감독 역시 지금과 같은 흐름을 반갑게 여긴 감독 중 한 명이 아닐까 합니다.

판 나린 감독은 발리우드 메인스트림 작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도의 다른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와 궤를 같이하는 감독도 아닙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불교의 도리와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 <삼사라>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종려시 주연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영화 팬들과의 장외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던 문제작이었습니다. 이렇게 판 나린 감독의 영화는 인도의 변방, 다국적 캐스팅, 인도 철학이라는 요소가 담겨 있었는데 이번 그의 영화 <분노의 여신들>은 조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조금 이례적인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힌디어 극영화로서는 처음이며 자신의 작가적인 색채를 드러내기보다는 대중 친화적으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죠.
<분노의 여신들>은 인도영화로서도 의미가 깊은데 지금의 여성 중심 서사 영화에서 더 나아가 인도 최초로 여성 버디 무비를 표방한 영화입니다. 서구의 외신들은 익숙한 영화를 찾다 보니 폴 페이그 감독의 2011년 영화에 빗대 '인도판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안고 있는 여성 문제들을 인물 각각의 캐릭터에 담아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남성들, 물리력으로 여성을 취하려는 모습들, 결혼제도, 동성애 등... 판 나린 감독은 여성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지만, 여성들이 서로가 연대하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인도 최초의 여성 버디 무비가 가지고 있는 의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의 동부 벵갈리 지역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는 두르가 축전입니다. 이미 인도의 신화에선 가장 무서운 신 중 하나로 두르가라는 여신(女神)을 꼽고 있었고 그녀는 힌두 신화 속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두르가 여신을 깨우고 있는 영화입니다.

<분노의 여신들>은 2015년 토론토 영화제 당시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관객상 부문에서 많은 표를 득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이 인도의 가장 강력한 신은 여신이었고, 지금 인도영화의 대세는 여성 중심 서사 영화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생산자 : 라즈베리(raSpberRy) 인도영화전문블로그 Meri.Desi Net 운영자


날짜 : 2016-10-15


파일형식 : 언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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