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 차례의 신고에도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돌려보낸 경찰. 무엇을 더 해야 목숨을 지킬 수 있겠는가 [화요논평]


표제 : 2016 세 차례의 신고에도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돌려보낸 경찰. 무엇을 더 해야 목숨을 지킬 수 있겠는가 [화요논평]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데이트폭력


기술 : 지난 4월 12일, 서울 방배동에서 한 여성이 남자친구인 가해자 A씨로부터 목을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9일, 피해여성은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세 차례 신고 전화를 했고, 출동한 경찰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여성의 진술을 근거로 가해자를 풀어준 지 사흘 만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경찰의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인해 피해여성이 목숨을 잃은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16일에는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여성이 가해자 B씨로부터 역시 목을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바로 전날, 가해자 B씨가 앞서 농약을 마시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한 후 피해여성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드링크제를 마신 B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그쳤고, 결국 다음날 B씨가 다시 피해여성을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여성이 예전에 신고를 한 적이 없고 신변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여 전국 경찰서에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신변보호 필요여부를 최우선적으로 검토하며, 범죄 발생 징후가 있거나 발생하였을 경우 폭력성·상습성 여부 등을 상세히 확인할 것임을 공표한 바 있다. 이러한 선언이 무색하리만치 경찰의 잘못된 대응으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데이트 관계에서의 살해사건은 정부가 내놓는 여성폭력 근절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4월 12일 발생한 사건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결국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간 결과로 나타났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은 경찰 출동 당시의 폭력 발생 상황뿐만 아니라, 폭력의 지속성과 반복성·피해자 심리상태 등을 포함한 재범위험성을 조사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치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범죄로부터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생명권 등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피해자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는 국가의 기본 책무인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15년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에 따르면, 최소 1.9일의 간격으로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다. 올해도 지난 3월 피해여성이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후 암매장된 일명 ‘안양 암매장 사건’과 전 남자친구가 피해여성의 집에 침입하여 인질극을 벌인 일명 ‘인천 인질극 사건’ 등 데이트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들은 여전히 정책과 실제 집행의 간극에서, 그리고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친밀한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여성폭력이 단순한 ‘사랑싸움’, ‘연인 간 다툼’이 아니라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와 성차별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제 현장에서 인지하지 못한다면, 범죄 사건의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을 국가의 책무로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여성폭력 근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젠더 관점에서의 여성폭력 근절 정책, 비현실적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다시 생명을 잃었다. 정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철저한 자성을 바탕으로 여성폭력근절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60419
* 관련기사 : http://me2.do/xLOBQHdB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16-4-19


파일형식 : 화요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화요논평


태그 : ,


연관자료 : 이 자료에는 연관된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