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성에 대한 끊이지 않는 폭력과 살해의 진짜 이유는 "묻지 말라"는 국가 [화요논평]


표제 : 2016 여성에 대한 끊이지 않는 폭력과 살해의 진짜 이유는 "묻지 말라"는 국가 [화요논평]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기타추방운동


기술 : 지난 6월 4일, 또 한 명의 여성이 함께 사는 남성의 폭행 끝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 당일 폭행은 수 시간 동안 계속됐고, 여성은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숨졌다. 올 1월 26일에도 가해자는 폭행으로 체포된 바 있으나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됐고, 2월부터 가해자는 월 1회씩 ‘상담’이란 걸 받았다. 사건 전날인 3일에도 상담을 받았다. 다음날, 가해자는 여성이 자꾸 과거 얘기를 꺼낸단 ‘이유’로 여성을 살해했다.

여성들은 계속해서 죽거나, 폭행당했다. 화장실에서, 산행길에서, 대로변에서 여성들은 둔기에 맞아 상해를 입거나,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부터 언론에 보도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정부와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모르는 관계에서 ‘이유(동기) 없이’ 일어난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려고 애쓰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일에는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없는 범죄 종합대책’이란 걸 허겁지겁 내놓았다. 여성폭력과 관련해 기존에도 있었던 것들을 ‘기워’ 내놓은 것 외에, CCTV를 더 촘촘히 달고, 성별 분리 화장실을 확대하며,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입원시킨다 한다. 근본대책인 성평등문화 조성에 대한 내용은 구색 맞추는 정도로 몇 줄 끼워 넣은 게 전부다. 이것이 정부가 내놓은 ‘동기(이유) 없는’ 범죄 종합대책이라는 것이다.

실상 폭력 자체에 이유란 건 없다. ‘이유’란 것이 단지 가해자가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실임을 모르는가? ‘이유 없이’ 일어난 ‘묻지마 범죄’든, 가해자가 얘기하는 ‘이유’로 일어난 범죄든, 여성들에게는 그것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 여성들이 단지 ‘성별’로 인해 차별받고, 폭력당했다는 것만이 명백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라는 사회구조적 맥락과 본질은 잘 보이지 않도록 왜곡됐다.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면 그 이유를 살폈다. 피해자가 남편 혹은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했거나,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했거나, ‘그 곳에 갔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이해’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여 가해자의 특징을 살폈다. 이번에는 가해자가 정신병력이 있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이해’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또 다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방패삼아, 철저히 뒤로 숨고 또 숨는다. 성차별 사회의 폐부를 끝끝내 가린다. 그렇게 차별과 폭력은 ‘계속된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국가, 여성폭력/살해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도 마련돼 있지 않은 국가, 유독 여성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만은 관대한 국가, 그 어떤 수치에도 우리 사회는 성차별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국가, 여성에 대한 끊이지 않는 폭력과 살해의 진짜 이유는 “묻지 말라”고 하는 국가를.

그러나 폭력/살해당한 여성들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와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에 동참해 우리 사회와 정부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도록 더욱 더 강력히 요구하고 전진할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본질을 외면 말라. 시민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60607
* 정부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없는 범죄 종합대책> 보기 : http://me2.do/GSwjHZKW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16-6-7


파일형식 : 화요논평


유형 : 문서


컬렉션 : 화요논평


태그 : ,


연관자료 : 이 자료에는 연관된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