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실천을 위한 한걸음, 평등한 새터 만들기[언론기고]


표제 : 2013 실천을 위한 한걸음, 평등한 새터 만들기[언론기고]


주제 : 미디어운동 ; 컨텐츠생산


: 문화운동 ; 기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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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평등한 대학만들기②] 평등한 새터가 평등한 삶을 만들어
수천 명의 학생들이 밀물처럼 들어와 썰물이 되어 나가는 대학. 각기 다른 얼굴 속에는 학번, 나이라는 공통된 선·후배라는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이런 특성에서 비롯한 대학 내 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이하 한여전 기자단)은 대학 신입생이 첫걸음을 떼는 새터를 통해, 올바르고 평등한 대학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2012년 12월, <2013 평등한 새터 만들기> 제안서를 만들어 서울 소재 40여개 대학 총학생회에 전달하였으며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공과대학, 문과대학, 법과대학, 예술대학, 이과대학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성공회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성균관대학교 서울캠퍼스 사범대학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대학 등 총 5개의 대학과 9곳의 단과대, 학과에서 전체 및 일부 제안을 받아들여 실행하였다. 참여한 단과대학에 서른 개가 넘는 학과가 있음을 감안 했을 때, 이 프로젝트에 3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등한 관계를 위한 새로운 도전

<2013 평등한 새터 만들기> 제안서는 ▲기존 새터에 대한 문제제기 ▲평등한 새터 5대선서 ▲평등한 공동체 규칙 프로그램 만들기 ▲부록 평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등한 새터 5대 선서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위계질서를 강요하지 않기, 성적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기, 원치 않는 행위 강요 않기, 새터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해결하기" 등 책임 있는 행동에 대한 약속이 수록되어있다.

이외에 성평등 교육을 지원하고, 평등함을 지향하는 애칭을 지어주는 자기소개 게임과 선후배가 함께 관심사모임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체 모임을 수록했다. 또한, 장기자랑의 단골 메뉴인 여장(女裝)을 '주제가 있는 분장'으로 대체하는 등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주로 신입생에게 강제로 시행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학우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차별적인 요소를 제외한 주제를 선정하여 평등한 방식의 놀이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프로젝트를 준비한 한여전 기자단은 "모든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고 평화롭고 평등한 관계맺음을 지향하는 문화가 세상 곳곳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특히 새내기 배움터에 모여 대학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많은 친구들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프로젝트 실행 의지를 밝혔다.

직접 경함한 평등 프로젝트, 어땠나요

프로젝트를 수용했던 A대학 총학·학생회 측은, 평등한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평소에 새터 내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프로그램으로 만들기는 어려웠는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내용이 있어 좋았다고 답했다. 반면, 평등한 새터에 대한 기준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지 막연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B대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학생자치기구가 평소에 권위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음을 깨닫고, 앞으로 대학 내 MT 등 다양한 활동에 적용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간적·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거절한 경우도 많았다. C대학 총여학생회는 "프로그램이 아주 좋았지만 새터 내에서 총여학생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작아 실천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대신에 학과별 성평등 강의나 세미나 등을 통해 <2013 평등한 새터 만들기> 제안서의 내용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취지는 좋았으나 실천하는 과정에 있어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과 프로그램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 학교도 있었다. D대학 총학에서는 "평등한 새터를 만들자는 취지는 좋으나 각 학과의 전통과 자율성을 살려줘야 한다"며 거절했다. 심지어 "신입생 군기를 잡는 것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있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었던 학교도 있었다.

그렇다면 평등한 새터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어떨까. 한양대 인문대학 새터에 참여한 한 학생은 "선서내용에 공감하지만 새터를 지내면서 선서를 기억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반반 정도로 나뉘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평등이라는 개념을 함께 공부하고 인식하는 과정이 좋았고, 작은 실천이지만 하나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공유하는 기회였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많은 대학의 총학·학생회들이 술 강요나 후배 군기를 잡는 것이 학교의 전통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들이 평등은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이라고 인식한다는 데서 계급·군대·나이 서열 문화가 대학 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내에서 사건 발생 시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부재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학생회나 성평등위원회, 학내 상담소 등이 대학 내에서 소통의 창구로 적극 활용되어야 하고, 대학 내 실천할 수 있는 평등에 대한 담론이 좀 더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긴 프로젝트였다.


생산자 : 김소영, 김소현, 박윤서, 황나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날짜 : 2013-3-6


파일형식 : 언론기고


유형 : 문서


컬렉션 : 언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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