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가정폭력 피해 성인자녀 집담회 · 아카이브 문



2017 가정폭력 피해 성인자녀 집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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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 : 2017 가정폭력 피해 성인자녀 집담회


주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가정폭력


기술 : 어떤 이에게나 폭력은 끔찍한 경험입니다. 그 폭력을 잘 이겨냈든, 그렇지 못했든 그 경험은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의 짙고 엷음은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지만,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당하는 폭력은 그 자국의 패임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31일, 가정폭력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집담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모인 이들은 그동안 ‘가정폭력 피해자’로 으레 거론되던 ‘아내’, ‘어린이’는 아니었습니다. 가정폭력 가정에서 자라 성인이 된 자녀들이 모여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가정폭력과 그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어머니를 지켜보아야 했던 또 다른 피해자, 혹은 가해자의 직접적인 폭력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그 동안 ‘어느 곳에서도 말해지 못했던 내 가족의 이야기’를 마침내 하나, 하나 펼쳐놓는 자리였습니다. 어쩐지 고통 경연대회처럼 되어버린 상황에 웃기도 하고, 가해자의 기가 막힌 합리화에 다 함께 분노도 하고, 결국 나와 닮은 서로의 가정폭력의 경험에 함께 울었던 이 날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와 나누고자 합니다.











‘왜 지금까지 가정폭력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참가자들과 가장 먼저 이야기 나눈 주제는 ‘가정폭력 피해를 말하기가 왜 어려웠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해 가정폭력과 그 피해자에 대한 편견, 폭력의 가해자가 곧 자신을 키워준 부모이기에 분노와 함께 동정심도 드는 양가감정, 그를 더욱 부추기는 가해자의 변명들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습니다.



한 참가자는 아버지로부터 당했던 체벌의 경험과 그 당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던 아버지의 말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가 여덟 살 때 나에게 ‘엎드려뻗쳐’를 세 시간 동안 시키면서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그러는 거다, 세상엔 더한 사람도 많다,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다, 나중에 고마워할 거다’라고 했다. 술 취해서 내 목을 조른 적도 있는데 술에서 깨고 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다른 참가자들도 너 정도면 행복한 거다, 네가 부모 없이 뭘 할 수 있느냐, 부모도 힘들다, 네가 잘못해서 맞는 것이니 너 스스로 맞을 횟수를 정해라와 같이 가해자와 그 주변인들한테서 들었던 폭력의 변명과 합리화의 말들을 증언했습니다. 이러한 합리화와 편견들이 피해자에게 자신이 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고 이것이 신고할 수 있는 범죄임을 인식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적 폭력이라는 점에 좌중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가정폭력피해 경험을 주변에 털어놓아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반응이 가정폭력피해에 대해 말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과 함께, 성인이 된 가정폭력피해 자녀는 가정폭력 피해자로 잘 상정되지 않는 사회의 편견이 가정폭력피해 성인 자녀의 입을 더 닫히게 만든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 말하지 못한 건 주변 사람에게 털어놨는데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쯤 가출해보는 게 어떻겠냐’, ‘한 번도 반항해 본 적 없지’라는 식으로 반응을 했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이라 하면 흔히 아내폭력이나 아동학대만 생각한다. 아동‧청소년 때 학대를 당했지만, 성인인 나에게 아동학대는 이제 안 어울리고, 기혼여성도 아니기에 아내폭력도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편견이 가정폭력을 더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지적되었습니다.



“4년 전에 엄마와 함께 (가정폭력) 상담을 받다가 도중에 중단했다. 어머니가 대졸자이시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일도 알아서 하지 못 하냐, 배운 사람이 왜 그러고 있느냐’는 지적을 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엄마가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까 봐, 엄마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까 봐 더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은 엄마가 힘들 테니 네가 잘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나도 함께 폭력의 피해자인데…”





우리 집 안방에 사는 ‘가해자’



또 다른 참가자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구속되지 않는 현 사법 시스템의 허점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자 어머니가 나에게 ‘신고하라’해서 신고했더니 아버지가 신발을 들고 도망간 적이 있다. 그러자 경찰이 출동했다가 그냥 다시 돌아갔고 아버지는 잠시 후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중학생 때는 아버지에게 맞아 내 코뼈가 부러져 신고했더니 형사사건이 되었다. (아버지가 구속되지는 않아서) 두 달 가출했다가 다시 들어와서 함께 살았다. 얼마 후에 법원에 가족들이 다 함께 출석했는데 이미 함께 살고 있으니 합의로 봐야 한다며 소가 취하되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구속된 적이 없다. 오히려 법원에 가는 날 나에게 네가 신고해서 그런 거라며 화를 내고 TV를 던졌다.”



이 외에도 가해자가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집 앞까지 찾아와 신고했으나 다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이 그냥 돌아갔던 일, 가해자에게 입은 폭력피해를 설명해도 화해를 권고받았던 일 등 가정폭력 가해자를 신고해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했던 경험에 대한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를 막고 피해자가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해자로부터 분리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독립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한 참가자는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게 청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가 폭력가정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벗어나려면 경제력을 길러야 하는데 현 한국사회는 높은 집세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청년이 독립하기가 너무 어렵다.”라고 말하며 가정폭력피해 성인 자녀들이 폭력의 아픔을 치유하기 전에 생존부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또 성별 간 임금 격차 역시 여성 가정폭력피해자들이 자신의 힘으로 가해자로부터 독립 및 폭력 후유증 치료를 할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원인이라는 점도 이야기되었습니다.





폭력을 사소하지 않게 여기는 사회가 되기를



이날 자신의 가정폭력 경험에 대해 발표했던 개미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스스로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도 엄청나게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해야 한다. 나의 부모를, 나의 형제자매를 가해자로 명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스스로 피해자로 명명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렇게 힘이 든다. 제발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사소하게 취급하지 말아 달라.”며 모든 사회구성원이 가정폭력을 사소하지 않은 일, 범죄로 여기는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일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집담회 참가의 마지막 소감을 전했습니다.





* 이 글은 다음 스토리펀딩 <쉼터, 그런 말조차 없던 시절>에 연재된 글입니다.


생산자 : 신유진 기획홍보국


발행처/출판사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17-5-30


내용범위 : 창비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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