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내가 참고 살라고 해서 죽은 거에요... 내가 죽인 거에요"[언론기고]


표제 : 2012 "내가 참고 살라고 해서 죽은 거에요... 내가 죽인 거에요"[언론기고]


주제 : 미디어운동 ; 컨텐츠생산


: 여성인권영화제 ; 7회영화제


: 여성폭력추방운동 ; 가정폭력


기술 :
"딸에게 '참고 살아라'고 했어요. 딸이 '엄마 어떻게 해. 매를 너무 맞아서 나 얼마 못 살거 같아'라고 했을 때도 애들 크면 나아질테니 참으라고만 했어요. 생활비 보태주면 안 때릴까 해서 18년 동안 옥수수를 팔아 매달 꼬박꼬박 갖다 줬는데... 결국 맞아죽었어요. 내가 참고 살라고 해서 죽은 거에요."

마이크를 손에 쥐자마자 노모는 한 서린 울음을 토해냈다. 신음소리 같은 노모의 호소는 흐느낌에 섞여 극장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둘째 날(21일) 상영된 가정폭력 영화 <은폐된 진실(Hidden Truth)>과 <한 개의 문(Damage)>은 전 좌석이 매진되는 성황을 이루었다. 두 영화는 각각 아프리카 잠비아와 영국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을 그린 것으로 문화적 차이는 있었지만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의 구조와 본질은 너무도 유사했다.

상영이 끝나고 '피움톡톡'을 위해 무대에 오른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소장과 가폭 피해자 어머니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노모의 딸은 지난해 3월 집에서 두 자녀와 남편과 함께 있다 사망했다. 피해자는 사망 전날 밤 친구 아이 돌잔치에 갔다가 귀가한 후 다음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전날 피해자를 집까지 배웅했던 친구가 아침에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피해자 집에 방문하니 피해자의 딸이 '엄마가 죽었다'며 피해자의 죽음을 알렸다고 한다. 피해자가 사망한지 9시간에서 12시간(추정)이나 경과한 후였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함께 있었음에도 오랜 시간 피해자는 사망한 채 혹은 사망에 버금가는 상해를 입은 채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혼생활 18년 동안 심각한 폭력을 휘둘렀던 남편은 가장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수사를 받았으나 그는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에는 폭력을 쓰지 않았다며 발뺌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의 사인을 '두부 및 복부 손상으로 판단'했으며, 피해자의 신체 손상을 '단순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남편이 주장한) 혼자 넘어지는 등의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사망하기 전에 폭행 등의 상황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강하게 시사'된다고 감정했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가정폭력의 상황은 인정되지만 가해자의 폭력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치사에 대해서 무죄라고 판단했다.

18년간 남편에게 폭행당하다 죽은 딸, 가해자는 집행유예

"임신중에도 머리가 찢어질 정도로 맞았었어요. 딸이 하도 맞아서 뇌진탕, 하혈로 병원에 여러번 갔었어요. 완전히 환자였어요. 우리 딸이 바보가 된 것 같았어요. 그래도 손주들이 있으니 살아야 한다고 딸을 달랬지요. 내가 서초동 은행 마당에서 옥수수를 팔아 매달 3, 40만 원씩 보냈어요. 장인도 때리고, 장인 앞에서도 우리 딸을 때리는 그 위인한테 욕 한마디 안 했는데... 욕이라도 해줄 걸..."

재판은 현재 가해자와 검사의 쌍방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며, 2심의 두 번째 공판이 10월 18일로 예정돼있다. 현재 노모는 손녀와 손자 모두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아이들이 가해자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 할머니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노모의 판단이다.

두 아이는 피해자가 사망할 당시 집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언자다. 하지만 그동안 가해자가 자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해왔고 엄마에 대한 폭력의 목격자로서 그들 또한 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에 현재 아이들이 겪고 있을 심리적인 고통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노모는 경찰의 대응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피해자가 가정폭력으로 여러번 신고를 하고 손녀를 만날 때마다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막상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별다른 조치없이 가버렸다. 더구나 딸이 사망한 채로 집에서 발견되었음에도 현장 검증도 하지 않았다며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강력히 재수사를 원했다.

"도와주세요. 내 딸이 눈을 못 감을 것 같아요. 나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억울함은 꼭 풀어야 합니다. 남은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꼭 제대로 조사하고 죗값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생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날짜 : 2012-9-23


파일형식 : 언론기고


유형 : 문서


컬렉션 : 언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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