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
한국여성의전화는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사회에 뿌리박은 남성 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문화에 이의를 제기하며, 1980년대부터 꾸준히 대안적인 문화를 발굴하고 일상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이어왔다. 가정폭력의 규모와 심각성, 쉼터 운영의 제도적 한계 등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창작 활동을 계속 해왔다.
1989년 2월 20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영화제작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아내 구타 문제를 중심으로 영화제작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아내 구타 문제가 생명의 위협과도 같은 심각한 문제임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폭력 문제임을 대중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지도 위원, 전문위원, 문화부 회원, 상담원, 영화감독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수많은 스텝들의 노고로 영화 <굴레를 벗고서>가 완성되었다. 시사회와 여성대회를 통해 공개된 <굴레를 벗고서>는 상담 사례를 토대로 하여 아내 구타의 심각성을 왜곡이나 과장 없이 많은 이들에게 알린 문화활동이었다. 이후에도 한국여성의전화는 애니메이션 <도하의 꿈>, 다큐멘터리 <여자와 돈에 관한 이야기>, <앞치마>, <쉼터를 만나다> 등을 제작해 여성인권문제를 대중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야기를 보게 하다
'앞치마'는 가정폭력방지법도 없던 시절, 비인가 쉼터에서 만났던 활동가와 내담자가 13년 후에 다시 만나 나누는 대화를 담고있다. 대물림되는 폭력, 이혼 차별 등 쉼터 퇴소 후에도 가정폭력의 그늘에 시달리고 그런 고통을 이겨나가고 있는 내담자의 모습을 통해 가정폭력의 잔혹한 이면을 보여준다. 서울여성의전화에서 2006년 제작하였다.
'쉼터를 만나다'는 한국 최초의 가정폭력 쉼터를 통해 가정폭력이라는 사건을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경험하고, 극복하는가, 혹은 고통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나라 최초의 가정폭력 피해자 일시보호시설인 쉼터를 주목한다. 서울여성의전화에서 2008년 제작하였다.
이야기를 읽게 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현장에서 바라본 쉼터 운영을 위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발간자료와 단행본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쉼터 내담자들의 치유와 임파워링(Empowering)을 위한 수기집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쉼터 내담자가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당사자의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94년 쉼터 7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함께 쉼터 내담자들의 글을 엮은 <쉼터이야기>를 출간한다. '성차별 전선의 최전방'에서 직접 들려오는 생존자들의 생생한 폭력피해 증언과 그 후유증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생생한 일기를 통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사회 인식의 변화와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이후 1997년에는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쉼터에 대하여 고찰한 연구서. 쉼터의 역사와 개념, 역할, 구조와 운영, 사회복지 서비스를 조명하고 쉼터의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 <여성운동과 사회복지>를, 2007년 쉼터 20주년을 기념하여 <여성주의적 가정폭력 쉼터 운영의 실제>를, 2017년 쉼터 30주년 기념 가정폭력 생존자 수기집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를 출간했다.